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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문화원장, 경쟁보다 화합의 추대로

기사입력 2026-07-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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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이면 홍천문화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차기 문화원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역사회에서도 누가 적임자인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원장을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마다 그 고장만의 정신과 문화가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을 지키고 계승하는 중심에는 문화원이 있다.

 

문화원은 단순한 문화행사 주관 기관이 아니라 향토사 연구와 전통문화 보존, 문화예술 진흥, 지역 정체성 확립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가진 공공문화기관이다.

 

따라서 문화원장의 자리는 일반 사회단체의 대표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문화원장은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주민을 하나로 연결하는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최근 문화원장 선출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며,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누구도 그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반드시 경쟁 선거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조직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리더를 세우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원은 정치조직도 아니고 이익단체도 아니다. 경쟁과 승패를 통해 발전하는 조직이 아니라 협력과 화합을 통해 지역문화를 가꾸는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원장 선출이 선거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자칫 지역사회가 편을 가르고 갈등을 겪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공약 경쟁이나 지지 세력 결집이 심화되면 문화원의 본래 역할보다 선거 자체가 더 큰 관심사가 되는 현상도 우려할 수 있다.

 

문화원은 어느 한 사람의 조직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의 문화 자산이다. 원장은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지역 전체를 품어야 하는 자리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도 절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선거 이후에도 갈등의 흔적이 남아 문화원의 화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추대는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신뢰하는 인물을 모시는 방식이다.

 

오랜 기간 지역문화 발전에 헌신하고 덕망과 경험을 인정받는 원로를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추대한다면 이는 단순히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문화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선거보다 합의를 통해 대표를 세우는 전통도 존재해 왔다. 마을의 어른을 이장으로 추대하거나 향교와 종친회, 전통문화단체 등에서 덕망 있는 인사를 합의로 모시는 사례는 지금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방식은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의 안정을 우선하는 가치에서 출발한다특히, 문화원장은 행정을 잘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품과 신망이다.

 

지역 문화계와 예술인, 향토사 연구자, 주민들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자질은 선거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지역사회에서 쌓아 온 신뢰와 봉사, 문화에 대한 헌신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물론 추대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추대가 특정인의 영향력이나 폐쇄적인 운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후보를 추천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공개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투명성이 확보될 때 추대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만약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원장을 선출하는 것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거냐 추대냐의 형식이 아니라 문화원의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리더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지역의 화합과 전통 계승이라는 문화원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원로를 폭넓은 합의를 통해 추대하는 방식은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홍천은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사람의 정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문화원 역시 이러한 지역의 정신을 이어가는 소중한 기관이다.

 

문화원장 선출 과정마저 경쟁과 대립의 장이 되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뜻을 모으는 화합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홍천문화원이 앞으로도 지역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중심 역할을 다하는 길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정윤 기자 (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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