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가 전국적인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시설 확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홍천군 역시 군민들의 건강 증진과 여가 활성화, 체육 관광 자원화를 위해 파크골프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생활체육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고령화 시대에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잘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전국 대회 유치와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개발 사업이 그렇듯 중요한 것은 필요성만이 아니다. 어디에 얼마를 들여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특히, 태학리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야 부지 선택, 공사비 폭증 가능성 외면해서는 안 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부지의 적합성이다. 파크골프장은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평탄한 지형과 안정적인 배수 환경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임야 부지를 활용할 경우 단순히 잔디를 깔고 코스를 조성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사면 정비, 토사 처리, 절토와 성토, 옹벽 설치, 진입도로 개선, 배수시설 확보 등 추가적인 토목공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비용이 당초 계획 단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다. 사업 초기에는 적정한 예산으로 보였던 사업이 공사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군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지방자치단체의 체육시설 사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일단 착공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이다.
한번 조성된 시설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면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지관리 부담으로 남게 된다.
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 능력
체육시설은 준공식이 끝나는 순간부터 새로운 책임이 시작된다. 파크골프장은 특히 잔디 관리가 핵심이다.
계절별 관리, 배수 상태 점검, 병충해 예방, 훼손 구간 복구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용객이 많아질수록 시설 훼손 속도도 빨라진다.
처음 조성할 때는 화려한 시설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 예산 부족으로 시설 수준이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홍천군은 이미 여러 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기 전에 기존 시설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매년 어느 정도의 유지비가 들어가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시설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군민이 실제로 이용하고 만족할 수 있는 시설이 좋은 시설이다.
장마철 재해 위험, 반드시 사전 검토해야
홍천은 자연환경이 뛰어난 지역이지만 동시에 집중호우와 산사태 위험 등 자연재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지역이다.
임야를 활용한 체육시설은 특히 배수 문제가 중요하다.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을 경우 코스 훼손은 물론 토사 유출, 주변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보다 강한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현재의 기상 조건만 보고 시설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재해까지 대비하는 것이 공공시설 조성의 기본이다. 안전 대책이 부족한 시설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항공대 소음 문제, 조성 전부터 해법 찾아야
입지 주변 환경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태학리 지역은 항공대와 인접해 있어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소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다. 주민들이 장시간 머무르고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지속적인 소음이 발생한다면 이용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 추진 이후 예상하지 못한 민원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소음 영향 분석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발생한 뒤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새 시설보다 기존 시설 활용 방안부터 고민해야
홍천군은 새로운 파크골프장 조성과 함께 기존 시설 활용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내면 파크골프장은 전국 규모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히 주민 이용 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스포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국 대회가 열리면 선수와 관계자 방문으로 숙박, 음식점, 지역 관광 소비가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체육시설의 지역경제 효과다.
새로운 시설을 계속 만드는 것보다 현재 보유한 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강변파크골프장·그라운드골프장 민원 해결도 행정의 책임
또한, 강변파크골프장과 그라운드골프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문제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생활체육 시설은 이용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주변 주민과 함께 공존해야 지속 가능한 시설이 된다.
이용자들의 요구와 주민들의 불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일방적인 이용 확대가 아니라 소통과 조정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홍천의 미래 자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태학리 파크골프장 조성은 단순한 체육시설 하나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군민들이 이용할 공간이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은 사업 추진 속도를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시설로 남느냐이다.
홍천군은 지금이라도 부지 적합성, 예상 사업비, 유지관리 비용, 재해 위험,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군민이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시설이 아니다.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잘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시설이다. 태학리 파크골프장이 홍천의 새로운 명소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관리 부담이 될지는 지금의 판단에 달려 있다.
체육시설 확대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고 냉정한 검증과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