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와 부군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양대 축이다. 군수는 군정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이고 부군수는 이를 보좌하며 비상시에는 직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일은 법적으로 가능할지라도 군민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홍천군에서는 군수가 해외 일정으로 뉴질랜드를 방문한 가운데 부군수도 휴가를 사용하면서 일정 기간 두 사람이 동시에 홍천을 떠났다.
물론 평상시 행정은 실·국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는 직무대행 체계와 재난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 있어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부재만으로 행정 공백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행정이 아니라 위기관리다.
홍천은 전국에서도 면적이 넓고 산림이 많은 지역이다. 여름철이면 집중호우와 산사태, 하천 범람, 산불 등 크고 작은 재난 위험이 상존한다.
재난은 예고하지 않고 찾아오며, 초동 대응의 몇 분, 몇 시간이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난 현장에서는 주민 대피 여부를 결정하고 긴급 예산을 투입하며, 경찰과 소방, 군부대 등 관계기관을 총괄 조정하는 최고 책임자의 신속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무 공무원들이 현장을 지휘하더라도 최종적인 결단과 책임은 결국 군정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이 때문에 군수와 부군수가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군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그 기간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면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군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출장과 휴가는 필요한 일정이다. 국제교류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업무이며, 공직자에게도 정당한 휴식은 보장돼야 한다.
문제는 일정 자체가 아니라 일정의 관리다. 최고 책임자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워야 했는지 일정 조정은 어려웠는지 직무대행 체계는 군민들이 안심할 만큼 충분히 준비돼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행정은 법과 규정만으로 신뢰를 얻지 못한다. 군민이 안심할 수 있는 운영 원칙과 책임 있는 설명이 있을 때 비로소 신뢰가 쌓인다.
홍천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군수와 부군수 동시 부재 시 직무대행 체계와 재난 대응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군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컨트롤타워는 단 한순간도 비어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군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 언제든 책임 있게 지휘할 사람이 준비되어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야말로 지방행정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