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은 충신의 고장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보다 대의를 앞세웠던 선조들의 정신이 깃든 땅이다.
그래서 충신의 땅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홍천에는 어떤 충신이 필요한가. 권력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인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권력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도 홍천을 위해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인가.
충성의 대상이 잘못되면 충성은 아첨으로 변한다. 군수에게 충성하고 정치인에게 충성하고 특정 단체와 조직에 충성하는 순간 홍천은 사라진다.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줄서기뿐이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군민이다. 군수도 임기가 있고 의원도 임기가 있다. 공직자도 자리를 옮기고 정치적 관계도 변한다.
그러나 홍천은 계속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충성해야 할 대상 역시 분명하다. 사람이 아니라 홍천이어야 한다.
홍천에 필요한 사람은 박수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에는 잘못됐다고 말하고 군민에게 불리한 결정에는 반대하고 행정이 놓친 부분은 지적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불편한 말을 해야 한다. 때로는 미움을 받아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자리까지 걸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충신의 자세다.
칭찬만 하는 사람이 충신이라면 조선시대 임금 주변에는 충신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진정한 충신은 권력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권력자가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했던 사람이었다.
오늘 홍천도 마찬가지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청년 유출, 교육 문제, 지역경제 침체, 농촌의 고령화, 교통망 확충 등 홍천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홍천의 미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비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행정을 견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침묵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권력자가 아니라 홍천군민이다.
홍천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할 것인가. 홍천에 충성할 것인가. 누구와 친한지가 중요한 사회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가 중요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의 편에 서느냐보다 홍천의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해야 한다. 권력은 바뀐다. 사람도 바뀐다. 조직도 바뀐다. 그러나 홍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군민들의 삶은 계속된다.
그러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의 충신이 아니라 홍천의 충신이다. 홍천의 충신이라면 때로는 군수에게도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에도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에도 “이것은 군민을 위한 결정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홍천의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충신의 땅 홍천.
이제 그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충신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홍천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 그것이 오늘 홍천이 필요로 하는 진짜 충신이다.
그리고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에게 충성했는지를. 사람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홍천인가.